
"형님, 운전 괜찮으시죠?"
후배가 물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당연하지."
사실 거짓말이었다.
일본에서 운전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후배 셋을 태우고.
그리고 몇 시간 뒤,
나는 방향지시등 대신 와이퍼를 켜고 있었다.
솔직히 전날 밤 잠을 거의 못 잤다.
렌터카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골프장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호텔 체크인은 또 어떡하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달 동안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도 일본 렌터카 운전법이었다.골프 스윙 영상보다 더 많이 봤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준비를 해도 막상 출발하는 날은 답이 하나뿐이라는 것이다.더 이상 준비할 것도 없었다.
이제는 가는 수밖에.
새벽 4시.
나는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후배 셋을 태우고 떠나는 첫 일본 골프 자립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인천공항 — 이것만 알면 충분하다
미리 모바일 체크인을 해뒀기 때문에 골프백만 위탁하면 됐다. 진에어 기준 위탁 15kg, 기내 10kg. 골프백은 보통 10~12kg이니 기내 짐은 최대한 줄이자.
💡 출국심사 꿀팁: ICN SMART PASS 앱 미리 설치하면 얼굴 인증으로 바로 통과. 줄 서는 시간을 확 줄여준다.
출국 심사 마치고 남는 시간에 태블릿 갤러리에 "후쿠오카 여행" 앨범 만들어 렌터카·호텔·골프장 예약 확인서를 캡처해서 저장해뒀다.
일본에서 말이 안 통하면 태블릿 화면 들이밀면 된다. 파파고 + 구글지도 = 만능 해결사.
기타큐슈 공항 도착
7시 15분 출발, 8시 40분 도착. Visit Japan Web QR 스캔하면 입국심사 끝. 골프백도 바로 나왔다.
기타큐슈 공항은 지금까지 다닌 일본 공항 중 렌터카 찾고 반납하기 가장 편한 곳이다. 부스에서 예약 확인서 보여주고 "OK"만 연발하면 끝.
💡 ETC 카드 반드시 챙길 것. 한국 하이패스 같은 개념. 약 300엔. 없으면 고속도로에서 현금 내야 한다.
산요국제CC — 동코스, 1인당 11만원
공항에서 65km, 약 1시간.
산요국제CC에 도착하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
사실 이곳은 내가 일본 골프를 처음 경험했던 골프장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왔을 때의 낯설음보다 반가움이 먼저 느껴졌다.
💡 일본 골프장 입구는 처음이면 당황한다. 우리나라처럼 깔끔한 가로수 길이 아니다. 꼬불꼬불 산속 1차선 길로 올라가다 "俱楽部(클럽)" 푯말이 보이면 그게 입구다. 네비 믿고 따라가면 된다.
체크인은 부킹 메일 보여주고 "이 상데스?" 한마디면 된다. 바코드 지갑을 받는데 이걸로 식당·프로샵·그린피까지 다 기록되고 나중에 셀프 정산기에서 한 번에 결제한다.
라운딩은 스루 플레이로 18홀을 쭉 돌았다.
산요국제CC 동코스는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드라이버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일본 골프가 처음인 후배들도 첫 홀부터 긴장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노캐디 플레이기 때문에 캐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동반자끼리 농담하고 웃으며 라운딩하는 분위기가 훨씬 자유로웠다.
코스 관리 상태도 인상적이었다.
주말인데도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가 상당히 좋았다.
디봇 자국도 많지 않았고 잔디 밀도도 균일했다.
'그린피가 정말 이 가격이 맞나?'
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특히 일본 골프장의 매력은 풍경이다.
산속을 따라 이어지는 코스를 걷다 보면 한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높은 건물도 없고, 시끄러운 소리도 없다.
그저 골프장과 숲, 그리고 바람 소리만 있다

.
이날은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평일보다 비쌌다.
그런데도 식사와 생맥주까지 포함해 1인 약 11만 원. 국내 주말 라운딩 1인 40만원과 비교하면 말 다 했다.
그 순간 후배들이 말했다.
"형님, 이제 왜 일본 골프에 빠졌는지 알겠습니다."
방향지시등 켰더니 와이퍼가 켜졌다
하카타역 근처 호텔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 습관적으로 방향지시등 레버를 올렸더니 와이퍼가 작동했다. 😄
일본 차는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레버가 우리나라와 반대다.
첫날부터 귀국하는 날까지 이 실수를 반복했다.시내 진입하니 더 긴장됐다.
일본은 대부분 비보호 우회전이다.
교차로 원칙은 간단하다.
우회전은 크게, 좌회전은 작게. 조수석 사람도 같이 신경 써줘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에서 또 사건이 터졌다. 구글지도에 같은 이름 호텔이 두 개였다.
우리가 예약한 건 포르자 하카타에키 치구시-구치 II인데 먼저 나온 I로 갔다.
다시 찾아가는 데 30분. 이 호텔 예약하시는 분은 주소를 꼭 확인하길.
와규 맛집, 그런데 현금이 없었다
구글 평점 보고 찾은 와규 식당. 30분 기다렸는데 대박이었다.
첫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우리 넷 모두 말이 없어졌다.
원래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대화가 줄어든다. 그날이 딱 그랬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와규, 두툼한 곱창, 화로에 숯불.
지금 이 글 쓰는 순간도 군침이 돈다.
계산할 때 카드를 내밀었더니 "온리 캐시."
4명이 가진 현금을 탈탈 털었다. 금액은 11,528엔, 약 106,000원. 4명이 와규에 맥주까지 10만원대라니.
이날 이후 우리는 결의했다. 이번 여행에서 와규만 먹자.
💡 일본은 카드 안 받는 곳이 많다. 현금 꼭 챙기자.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세븐일레븐 ATM에서 수수료 없이 엔화 인출 가능.
새벽 4시에 나섰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침대에 누웠다. 와이퍼, 호텔 혼선, 현금 위기까지.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넘쳤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내일은 라쿠텐고라 후쿠오카 평점 1위, JR우치노CC가 기다리고 있었다.
📌 1일차 요약
| 항공 | 진에어 인천 07:15 → 기타큐슈 08:40 |
| 렌터카 | 닛산렌터카 NV200 바넷 밴 |
| 골프장 | 산요국제CC 동코스 / 주말 1인 11만원 |
| 호텔 | 포르자 하카타에키 치구시-구치 II |
| 저녁 | 와규+곱창 4인 106,000원 (현금만!) |
💡 일본 골프여행 준비물
처음 일본 골프여행을 준비한다면
이것만 챙겨도 충분하다.(내 실사용제품)
- 골프백 항공커버 — 위탁수하물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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