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좋다. 다행이다."
전날 폭우를 뚫고 벳푸에서 첫 라운드를 마쳤던 우리는, 둘째날 아침 일찍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사가 와카키 골프장으로 출발했다.
날씨가 좋았다.
좋은 골프장에서 좋은 날씨에 라운딩하는 건 복 받은 날이다.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고,
고속도로도 한산했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을 보며 달리는 그 시간이 늘 좋다.
1시간 조금 넘게 달려 일찍 도착했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접객하시는 분들이 친절하게 골프백을 받아주셨다.
골프장마다 다르지만,
이곳은 차에서부터 골프백을 받아주는 서비스였다.
체크인하고 여유롭게 클럽하우스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밖으로 나왔는데 — 입이 떡 벌어졌다. IN코스 18번홀과 아웃코스 9번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와 어우러진 연못, 조경이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라쿠텐고라 사가현 1위, 와카키 골프 클럽
와카키 골프 클럽은 PGM이 보유·운영하는 골프장이다.
라쿠텐고라 사가현 인기 No.1 코스라는 게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코스 설계자는 데즈몬드 뮤어헤드. 그의 기본 사상은 "그 토지에서 코스를 만드는 것의 타당성과 정통성을 찾아, 풍토·문화·자연을 살린 코스를 만드는 것"이다.
동양 사상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산에는 산의 신이 머무르고, 나무 하나하나에는 영혼이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가 크릭을 이미지화해 능숙하게 도입한 레이아웃, 아리타 도자기의 그림 모양에서 힌트를 얻은
언쥬레이션과 벙커. 주변 풍경과 일체화된 코스는
어떤 거장도 그릴 수 없는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골프 발상지인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의 명물 홀을 재현한 부분도 있다고 하니, 와카키 골프 클럽은 감동의 드라마를 낳기에 적합한 골프장이었다.

우리는 드디어 힘찬 티샷과 함께 명문 와카키CC의 라운딩을 시작했다.
전반홀 — 17번 파3, 그리고 인생 최고의 순간
전반홀 17번 파3홀,
티 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9번홀 파5. 페어웨이 양쪽으로 해저드를 끼고 가는 멋진 홀이지만, 골퍼 입장에서는 무지 부담스러운 홀이었다.
그냥 페어웨이 자체가 아일랜드 페어웨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나는 티샷도, 세 컨샷도 잘 맞았다.
써드 샷이 159미터 남았다.
7번 아이언을 잡고 샷을 했는데 너무도 맞는 느낌이 좋았고, 샷이 그대로 그린 중앙에 떨어졌다.
7번 아이언이라 런이 많아서 홀 뒤 러프에 걸려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린에 올라가서 뒤편으로 갔는데 — 볼이 없었다.

해저드에 들어간 줄 알고 해저드 티로 가는데,
동반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형님, 이글이네! 홀컵에 볼이 있어요!"

나는 카메라를 얼른 가지고 와서 사진을 찍었다.
너무도 감격적인 이글이었다.
이글은 여러 번 했지만 159미터 이글은 처음이고,
그것도 일본의 명문 골프장에서 하다니 정말 좋았다.

💡 팁 박스 — 일본 골프장의 음식, 기대해도 좋다
9홀을 마치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도 깔끔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일본 골프장 평가 항목에서 음식 평가가 비중 있게 들어갈 정도로, 일본 골프장은 가성비 대비 맛이 정말 좋은 편이다.
식사하면서 보는 전망도 아름다워서,
식사 시간마저 즐거웠다.
후반홀 — 이글의 흥분을 안고
이글을 안고 시작한 후반홀은 전반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전반이 연못과 아일랜드 페어웨이로 긴장감을 줬다면,
후반홀은 좀 더 평온하게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이어졌다.

페어웨이는 넓고 관리 상태가 좋아서 샷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었다.
군데군데 배치된 벙커와 그린 주변 조경이 전반홀만큼 신경 써서 설계된 느낌이었다.

이글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한 홀, 한 홀을 즐겁게 돌았다. 스코어보다 그 기분 좋은 여운이 후반홀 내내 이어졌다.
오늘 라운딩은 부족함이 없는,
너무도 즐겁고 감동적인 라운딩이었다.
물론 이글을 했으니 더 좋았던 건 인정해야겠다.
나가사키로, 그리고 카스텔라를 찾아서
우리는 골프장 사우나에서 씻고 나가사키로 향했다. 약 4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칸데오 호텔 나가사키 신치 차이나타운에 도착했다.
방은 넓직하고 시설도 깨끗했다.
17층이라 방에서 시내 전망도 좋았고,
조식 포함 13만원대로 가성비도 좋았다.
잠깐 휴식하고,
나가사키 카스텔라가 유명하다고 해서 하나씩 사려고 했는데 6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약 2km를 달렸다. 겨우 문 닫는 점원에게 부탁해서 카스텔라를 살 수 있었다.
💡 팁 박스 — 나가사키 상점 영업시간 체크
나가사키 가시면 상점 문 닫는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동선을 짜시는 게 좋아요.
생각보다 일찍 닫는 곳이 많습니다.
호텔 근처 차이나타운에 잠깐 들렀는데, 늦게 도착한 탓에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아서 좀 썰렁한 거리였다.

오늘도 와규집을 찾았는데,
문 연 집이 많지 않아 들어간 곳이 양으로 승부하는 무한리필 비슷한 컨셉의 야키니쿠 식당이었다.
그래도 저렴하게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와서,
1층 바에서 맥주 한 잔 더 하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늘 이 골프장 오길 정말 잘했다."
폭우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이틀째 날씨와 코스,
그리고 인생 이글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여행이 점점 특별해지고 있었다.
좋은 골프장 하나에 이런 순간까지 더해지니,
이 여행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둘째 날 일정

📌 둘째 날 요약
| 항목 | 내용 |
| 골프장 | 와카키 골프 클럽 (PGM) IN코스 |
| 지역 | 사가현 다케오시 |
| 이동거리 | 호텔 → 골프장 약 90km (1시간 30분) |
| 그린피 | 1인 약 123,487원 (점심 포함) |
| 숙소 | 칸데오 호텔 나가사키 신치 차이나타운 |
| 저녁 | 나가사키 차이나타운 야키니쿠 |
| 추천도 | ⭐⭐⭐⭐⭐ (인생 이글의 골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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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이번 여행의 세 번째 라운드는 나가사키 근처 오무라만 컨트리클럽 뉴코스다.
바다와 가까운 입지답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어떤 풍경과 어떤 라운딩이 펼쳐졌을지,
다음 편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뱅커노트 트래블 : 일본 골프여행 시리즈]
👉 오무라만CC, 바다를 곁에 둔 골프장 (예정)
뱅커노트 트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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